안녕하세요. 윰리입니다. 2022년이 지나가기 전에 출산 후기를 남겨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2023년 1월도 절반 가까이 지나고 있네요. 육아는 생각보다 더 쉽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기가 발달할 수록 바빠지는 것 같아요. 힘들긴한데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이면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생이라는게 원래 각양각색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홀홀🥲. 


 임신 9주까지는 집에서 가까운 작은 산부인과 병원을 다니다가, 12주부터는 친정에서 가까운 분당차병원으로 옮겼어요. 근처에 유명한 다른 출산 병원도 있지만 분당 차병원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1.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출산 중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2. 분만실이 있는 여성병원 건물 내에 산후조리원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굉장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특히 병원과 산후조리원이 같은 기관이라는 점이 진짜진짜 편해요. 조리원에서 지내다가 소아과 진료나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가 쉽거든요. 이건 조리원 후기로 다시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출산 예정일까지 아기도 안내려오고 자궁문도 안열려서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습니다. 포스팅 제목엔 제왕절개 후기라고 써있었죠? 그래요. 유도분만에 실패해서 제왕절개를 했어요. 다들 "저런..."하고 반응하는 루트랄까요. 미래를 알지 못했던 저는 5월 29일 일요일 저녁에 출산 전 마지막 식사를 마친 후 친정 부모님과 남편을 이끌고 분당차여성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우르르 몰려가고 싶지 않았는데 집에서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라서 부모님도 따라나서셨거든요. 많이 걱정이 되셨겠죠. 

 

 1층 수납처에서 입원관련 안내를 받고 지하에 있는 분만실로 내려갑니다. 벨을 누르면 간호사분이 나오셔서 안내를 해주십니다. 남편은 제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분만실 밖에서 기다려야 했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제 이름이 붙어 있는 분만실로 들어가보면 갈아입을 옷과 침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방에 들어오고 나니까 아이를 낳아야한다는 게 실감났던 것 같아요. 

 

 옷을 갈아입고 장에 소지품을 집어넣습니다. 장이 워낙에 커서 나중에 캐리어도 넣을 수 있었어요.

 

 환복을 마치면 서류를 확인하고 수액을 꽂고 제모를 한 뒤 내진도 합니다. 남편은 그 다음에 들어올 수 있어요. 그리고 이제 관장을 합니다. 참기 어렵거나 꾸룩거리는 약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15분 정도 기다렸다가 분만실에 딸린 화장실을 이용하면 됩니다. 지하라서 그런지 수압은 좀 약하지만 아주 깔끔해요. 관장이 끝난 산모는 이제 이 예쁜 화장실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습니다.  

 

 배에 수축과 아기 상태를 확인하는(정확히 기억은 안남) 장치를 부착하고 수액을 걸고 누워있습니다. 이제 출산을 마칠 때까지 침대 밖으로 나갈 수 없어요. 수액을 맞고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소변을 보게되는데 간이소변기로 해결해야합니다. 보호자가 해줘야하죠.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라서 어마어마하게 당황했습니다. 유도분만 과정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나이에 벌써 남편한테 소변을 받게 하는 것도 창피하고, 완전히 누운 상태에서 일을 보는 것도 어려웠어요. 수십년동안 화장실을 이용하는 버릇을 들였는데 누워서...? 적응하는데 정말 한참 걸렸어요. 

 

 남편은 침대 발치에 있는 리클라이너에서 대기를 합니다. 내진 등을 받을 때는 커튼 뒤로 가서 지켜보지 못하도록 안내를 받아요. 

 

 새벽 3시 쯤 내진을 한 후 촉진제를 투여하기 시작했습니다. 10분에 한번씩 오셔서 확인하고 증량을 하는 것 같았어요. 4시 25분 쯤 간호사분들이 오셔서 아기가 힘들어한다고 촉진제를 중단했습니다. 산소마스크를 끼고 왼쪽으로 누워있었더니 나아지더라구요. 5시에는 자세를 편하게 바꾸고 촉진제를 1단계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9시 20분 경에 담당의 선생님이 회진을 오셨습니다. 수축이 규칙적이고 경부도 2cm정도 열렸지만 부드러워지진 않았다고 하시더라구요요. 게다가 제가 아직 진통을 느끼지 않아서 당일 출산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10시 50분 쯤 되니까 2~3분 간격으로 진통이 왔습니다. 아팠다 안아팠다하니까 그래도 좀 참을만 했던 것 같아요...! 

 

 13시에 마취과 선생님이 무통주사를 놔주셨어요. 15분 쯤 지나니까 진통이 거의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진통이 줄어드니까 어쩐지 잠이 와서 한 시간 정도 잤습니다. 

 

 14시 50분에 내진을 하다가 양수가 터졌습니다. 하지만 자궁문은 이제 고작 4cm 열렸다고 하더라구요. 10cm는 되야 출한을 하는데 말이죠. 

 

 16시에 담당의 선생님이 오셔서 다시 내진을 한 후 질식 분만이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원한다면 하루 더 기다려볼 수 있지만 전망이 긍정적이지는 않더라구요. 남편이랑 1분정도 상의하고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안되는걸 예상하는데 굳이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수술을 결정한 후에는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마취과 선생님과 수술실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했는데 수술동의서에 서명하고 다시 제모를 받자마자 바로 옮겨졌어요. 특별히 무섭다는 생각은 안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계속 눈물이 났어요.

 

 수술실은 정말 추웠어요. 팔 한 쪽은 수액을 맞고 다른 한 쪽은 혈압을 보느라 양팔을 좌우로 쭉 펼치고 있었는데 기분이 묘했습니다. 마취를 해서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누르거나 하는 감각은 있을거라고 하더군요.

 

 마취가 끝난 후 담당의 선생님이 오셔서 수술을 시작했습니다.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절개를 한 후에 윗배를 눌러서 짜내듯이 아기를 꺼내는 것 같더라구요. 나중에 들어보니 머리가 어디에 껴있었는지 전혀 안내려오고 있었대요. 아기가 나오는데 선생님이 "크다크다"를 외치셨어요. 얼마나 크길래 했는데 3.78kg이더라구요. 하 얘를 내가 그냥 낳으려고 했구나. 

 

 17시 13분에 태어난 아기는 제 얼굴 앞으로 들려와서 인사를 하고 나갑니다. 아기를 만나면 감격하고 그러던데 저는 좀 무덤덤한 성격이라 그런지 무사히 나왔다는 안도감이 들었어요. 저는 후처리를 해야해서 남았는데 '재워드릴까요?'하길래 재워달라고 했어요. 

감자떡 같던 나의 갓난 아기

 

마취에서 깨어나고 이제 누운 상태로 병실로 옮겨집니다. 정신은 없는데 회복실에서 나와 남편 얼굴을 보니 또 눈물이 났어요. 밖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왜 그렇게 눈물들이 났나 모르겠어요. 남편은 제가 죽는 줄 알았대요.

 

 1인실 D로 배정이 됐습니다. 비어있는 병실 중에서 비용이 낮은 순서로 배정이 된다고 해요. 저 침대에 누워서 이제 고개도 들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배에는 모래주머니가 올려졌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는 않았어요. 모래주머니도 따뜻하고 침대도 뜨끈했거든요...침대에 열선이라도 있는 줄 알았죠...그냥 제가 체온이 떨어져서 따뜻하게 느껴졌던 모양이에요. 다음날 간호사분한테 침대 따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하냐 그랬더니 그런 기능은 없다고 하시지 뭐예요.  

 

제왕절개 수술을 하면 일주일동안 입원을 합니다. 출산 얘기만 이렇게 길게 쓸 줄 몰랐네요. 애기랑 종일 있다보니 말이 많아진 느낌입니다. 입원 후 내용은 다음 포스팅으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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